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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성전을 수리하는 전리품

등록일 2026-10-16
작성자 바람결

본문

역대상 26:20-32


오늘 본문에는 하나님의 성전 곳간과 성물의 곳간을 맡은 레위인들이 나온다. 그 곳간에는 다윗과 군대의 지휘관들이 전쟁에서 얻어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린 전리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사무엘과 사울, 아브넬과 요압이 구별하여 드린 것들까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아무 때나 꺼내어 사용하는 재물이 아니라 “여호와의 성전을 보수하기 위하여” 구별된 것이었다.


“그들이 전쟁할 때에 얻은 노략물 중에서 구별하여 드려 여호와의 성전을 개수한 일과”(대상 26:27)


이 말씀을 묵상하다가 지금 내게 있는 ‘전리품’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예수님이 오시고 성령을 우리에게 주신 이후, 하나님의 성전은 더 이상 돌로 지어진 건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울은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6:19)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 삶을 지나오며 하나님께 받은 것들 가운데에도 성전을 위해 구별되어 보관된 것들이 있지 않을까.

말씀을 붙들고 세상과 싸웠던 시간들,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말씀 하나를 붙들고 견뎌 냈던 날들, 결국 내가 이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붙들고 계셨음을 깨달았던 사건들. 기도했던 것보다 더 깊은 방법으로 응답하셨던 일들, 상처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상처를 통하여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되었던 시간들, 내가 깨어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 속에서 알게 된 하나님의 성품과 은혜들.


그것들이 내 삶의 전리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리품은 전쟁이 있었다는 증거이면서 동시에 그 전쟁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셨는지를 증언하는 흔적이다. 다윗이 전쟁에서 얻은 것을 자기 왕궁을 장식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여호와의 성전을 위해 구별해 두었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내 삶 가운데 허락하신 승리와 회복과 깨달음 역시 나 자신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하나님의 성전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남겨 두신다.


그래서 은혜의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서 언제나 마음의 성전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믿음이 무너지고,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하나님을 향하던 마음이 흐려질 때가 있다. 말씀을 오래 알고 하나님을 오래 믿었음에도 어느 순간 두려움과 낙심과 자기연민이 마음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내 삶의 곳간에 오래 보관되어 있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 보게 하신다.

‘그때도 내가 너와 함께하지 않았느냐.’
‘그때도 길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길을 만들지 않았느냐.’
‘그 상처 가운데에서도 내가 너를 버리지 않았고, 그 일을 통하여 나를 더 알게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지나간 은혜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들고 사는 일이 아니라 무너진 성전을 다시 수리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성경은 반복해서 “기억하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하신 일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믿음을 다시 세우는 영적인 행위이다. 하나님이 과거에 행하신 일을 기억할 때 오늘의 하나님을 다시 신뢰할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경험한 은혜를 기록하고, 기억하고, 감사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것 역시 내게 맡겨진 전리품을 충성스럽게 관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모든 은혜를 아무 때나 가볍게 꺼내어 소비할 필요는 없다. 어떤 은혜는 오랫동안 마음의 곳간에 보관되어 있다가 내가 무너졌을 때 다시 나를 세우는 재료가 되고, 어떤 상처의 흔적은 비슷한 아픔을 지나가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비로소 꺼내어 쓰이기도 한다. 또 어떤 말씀은 수년 동안 내 안에 머물러 있다가 어느 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살아나 내 영혼을 붙잡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하나님은 내 삶의 아무것도 낭비하지 않으시는 분.

승리도, 실패도, 눈물도, 회복도, 오래 기다렸던 시간도 하나님께 드려지면 성전을 수리하는 재료가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은 전리품을 얻었는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 주신 것들을 어떻게 간직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얻은 것을 내 공로처럼 진열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필요하실 때 사용하실 수 있도록 구별하여 드릴 것인가.


그때의 말씀,
그때의 기도,
그때의 눈물,
그때의 응답,
그때 나를 붙드셨던 하나님의 손길.

그것들이 다시 오늘의 성전을 수리한다.


요단을 건넌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께서 돌을 세우게 하신 것도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강물이 갈라졌던 기적은 이미 지나갔지만, 돌은 남았다. 훗날 자녀들이 “이 돌들이 무슨 뜻입니까?”라고 물을 때 그들은 다시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말할 수 있었다.

내 삶에도 그런 돌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을 통해 묻는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 삶 가운데 남겨 주신 전리품들을 잘 관리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은혜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와 말씀과 회복의 흔적을 잘 보관하고 싶다. 그리고 내 안의 성전이 무너질 때마다 그것들을 다시 꺼내어 성전을 수리하고 싶다.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고, 기록하고, 나누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게 맡겨진 전리품을 관리하는 충성된 사람의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의 성전이 무너질 때, 하나님께서 내 삶의 곳간에 보관해 두셨던 하나의 전리품을 꺼내어 그 사람의 무너진 벽을 세우는 데 사용하기를 소망하게 된다.


적용: 큐티 시간을 정해진 시간에 갖도록 알람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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