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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바벨론 왕!

박소범
23196 3
이사야 14:16,17
너를 보는 자가 주목하여 너를 자세히 살펴보며 말하기를
이 사람이 땅을 진동시키며 열국을 경동시키며
사로잡힌 자를 그 집으로 놓아 보내지 않던 자가 아니뇨 하리로다

최근,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열한살짜리 우리 큰아들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화장실 변기에서 일어나지도 않던 아들이다. 밤에 좀 일찍 자라고 혼내면,
옷장 안에 들어가 숨어서 책보다가 잠들어 있던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공부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구는 것을, 한심한 눈으로 째려본 지
삼개월이 넘어간다.
혼내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알기에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아들을 염려하면서도, 나한테 문제있다 그러실까봐 의도적으로 말씀을 피해가며, 기도할 때 아뢰지도 않는 나였다.


오늘에서야, 이 문제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걸까? 아니면, 더 이상 말씀을 피해선 안 되겠다는 경외심이 생긴걸까?

오늘 큐티 중 막혔던 두 귀가 열린다.
나를 자세히 살펴보고 계셨다고 한다. 내가 아이를 안정되게 못했다고 하신다.
아이가 자기세계에 살도록 풀어주지 않았다고 하신다.
네, 하나님! 잘 살펴보셨어요! 제가 앗수르였다가 또 바벨론이기도 한 거지요.
아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 진 건, 순전히 내 탓이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충고를
오늘,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세 아이들을 임신하고 낳는 동안, 나는 큰 아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했다.
기저귀 가져와라! 휴지 가져와라! 은서 물 마시고 싶댄다! 예서 책 읽어 줘라!
전화 받아라! 등등등등등... 어떨땐, 동시에 세가지를 한꺼번에 order할 때도 있다.
숙제하고 있는 아이를 몇 번이나 부르고, 책 읽고 있는 아이를 몇 번이나 불러대고...
아이가 어떻게 집중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은 임신한 것도 아니고, 이젠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인데도
항상 큰아들이 필요하고... 습관으로 굳어버렸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 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아이를 혼란하게 만든 나의 무절제한 행동을,
여호와 목전에서 인정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하다.

솔직히, 구태여 밝히지 않아도 되는 문제이지만, 이렇게 글로 open 하는 건,
내가 정말 조금이라도 고치고 싶어서이다.
그냥 묻어두면, 내가 절대 변화를 시도할 것 같지 않아서이다.

내 나름대로는, 작년 <시편>큐티 적용으로 공부도 강요하지 않고, 과제물을 대충해도
혼내지 않고...이만하면 좋은 엄마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내가 또 다른 것을 강요하며, 순종을 요구하며, 아이를 점점 엄마의 눈 높이로
사로잡아가고 있는 것을 조심시키신다.

어젯밤, 미리 오늘 본문을 묵상하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내게,
하나님은 어릴 때 나의 성장과정을 떠 올려 주셨다.

나의 친정아빠는 앉으신 자리에서, 담배 가져와라! 재떨이 가져와라!
뻰찌 가져와라! 리빠 가져와라! 도라이바 가져와라! 하고 웬종일 주문하시곤 했다.
재촉하는 아빠의 명령을 받고 돌아서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잊어버리고 멍하니 있다가
혼 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리빠 대신 뺀찌(나는 아직도 이 두가지를 구분 못한다)를 갖다 드리기라도 했다간,
엄청 깨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가 내 이름을 부르면, 정서불안증세까지 생기곤 했다.

나는 훗날 자녀를 낳아 키우면, 절대 이런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아빠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은 나를 어쩌면 좋겠는가!

그래도 다행으로 안다.
대충 넘어갈 뻔 한 오늘 큐티를 제대로 한 바람에, 상태가 심각해 지기 전에
돌이킬 문제를 발견하게 되어서 말이다.

내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적용실패>
오늘은, 목요큐티모임 다녀와서 Tutor 를 끝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park에 갔다.
(큰 아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농구>를 하러, 방콕스타일인 내가,
올해들어 시간만 나면 아들을 데리고 나가준다.
누가복음 때부터 열심히, 정말 잘-- 적용 중이다. 온 몸의 체력을 다 쓴다.)

그런데, 10분 뛰던 아들이, 물병을 안 가져 왔다고 내게 말했다.
아들이 물을 달라고 조르는 것도 아니고, 목이 마르다는데, 엄마가 돼서 하는 말 좀 보라.
“너가  탁! 탁! 챙겨서 나왔어야지, 지금 말하면 어떡해?
엄마는 애기 우유 챙기는 것도 정신없는데! ”

엄마가 챙겨 주어야 할 몫인데도, 아기들만 아기 취급하고,
큰 아들은 남편 쯤 취급하는 이 망가진 눈높이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남한테는, 우물물 떠다 먹이고 별 친절을 다 베풀면서...
내 아들이라고 함부러 취급하는 나의 죄를, 괴로운 심정으로 고발한다.

그렇게도 눈을 부릅뜨고, 아들을 시켜먹지 않으리라 오늘 다짐하고 또 했건만...
오늘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내일 또 해 보겠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유다처럼 오늘본문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여호와께서 너를 슬픔과 곤고와 및
너의 수고하는 고역에서 놓으시고 안식을 주시는 날에
너는 바벨론 왕(엄마)에 대하여 이 노래를 지어 이르기를
학대하던 자가 어찌 그리 그쳤으며 강포한 성이 어찌 그리 폐하였는고 (이사야 14:3)
    
일단, 실천가능한 것부터 시작한다.

-TV볼 때나 책 읽을 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웬만하면 내가 움직여 보겠다.
-농구하러 갈 때 내가, 아들의 물병을 챙겨 주겠다.
  혹시 아들이 뭔가 빠트리면, 엄마가 못 챙겨 줘서 <미안하다>고 말하겠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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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현
아~ 저도 큰아들에 대해 항상 미안함과 자책감이 있어요(저는 아들만 둘이에요)
큐티하면서 다른 지체들에게는 전보다 너그러워지고 신경도 쓰고 사랑하려고 애쓰는데 비해
정작 귀한 아들에게는 여전히 명령하고 빨리 안하면 소리지르고 실수하면 마구 비판하고...
때로는 제가 혼내면서도 속으로 '이거 너무 심하잖아. 뭐 그리 큰 잘못도 아닌데 왜 이리 난리야?'
하는 생각이 들떄도 많아요. 다른 어떤 적용보다 아들들에게 너그럽게 온유하게 대하고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여주자는 적용은 너무나 잘 안되요...
큐티하다가 혹은 성경읽다가 아이가 실수하는 걸 보면 순간 참지 못하고 막 야단치고 돌아서 내 앞에 펼쳐있는 성경책을 보면 앗, 제 얼굴이 화끈화끈...
요즘 저의 아이들도 처음 산 농구공을 가지고 나가 놀고 싶어 난리인데 저도 워낙 방콕스타일이라
안나가고 그냥 백야드에서만 놀라고 했는데, 오늘 자매님의 글을 보고 반성했습니다
적어도 주말에는 밖에서 농구공 가지고 둘이 맘껏 놀수 있도록 해줘야 겠습니다
01:26
08.05.03.
이경애
아이들로 항상 지친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바벨론의 왕이었네요,,, 우리아이들에겐,,,
저는 방콕스타일은 아니면서도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꼴을 못봅니다,,,
내가 나가기가 싫으니깐,,,
소범자매님을 보면 난 항상 도전 받네요,,,
아이가 셋이라는 핑게도 무색해지고,,,
요즘 들어 부쩍 아이들을 못 참아주고 있는 나에게 넘 도전되는 묵상을 읽고 갑니다,,,
,,,너를 보는 자가 주목하여 너를 자세히 살펴보며 말하기를이사람이 땅을 진동시키며 열국을 경동시키며,,,
그냥 눈으로 읽어졌던 말씀이었는데 자매의 묵상으로 나를 비춰볼수 있게해줘서 고맙고
나의 말씀으로 다시 만들어가면서 나의 삶에도 적용하려고 합니다,,,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아이들을 진동시키고 경동시키고 있는 바벨론은 아니였는지,,,
08:37
08.05.03.
박소범
윤지현 자매님! 그리고, 경애자매님!(경애언니! 역시 내 옆에 있었군요!)
함께 <나쁜 왕 멤버들>되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오늘(금요일 오후)은, 제가 첨으로 큰아들을 위해 시원한 드링크를 챙겨서 농구하러 갔답니다.
그렇게 해 주고 나니, 얼마나 기쁜지요. 이렇게 쉬운 걸 지금까지 왜 못해 줬는지...
내일은, 교회 어린이날 행사가 있어요.
매번, 짐 하나 해치우듯, 아이를 그냥 떨궈놓고 오곤 했었는데, 지금 당장 카드를 써야겠어요.
내게 정말 고맙고 듬직한 아들이었다구요. 너무 부려먹어서 미안했다구요.
<부려먹는 것> 영어로 어떻게 써야 하죠?
적용하기 참 힘드네요. 하고나면, 기쁨은 두배겠지요?
14:49
0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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