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나눔
제 목 [] 송사
본문
(51장 36절) 내가 네 송사를 듣고 너를 위하여 보수하여
하나님이 듣고 보수해 주시겠다고 그러시니
억울한 일이 뭐가 있을까... 내 송사꺼리를 생각하던 중
억울한 일이 생겼다.
한 시간 정도 차에 핸드폰을 놔둔 사이 남편이 13번이나 전화를 한거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쩝.
덜컥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니 역시나 단단히 화가 나있다.
집에 오자마자 전화기를 부수든지 전화를 끊어버리겠다고 그런다.
결혼 초에 그렇게 핸드폰이 두 동강이 난 적이 있었다.
2년 계약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일이어서 한 동안을 전화기 없이 살았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신 그러지 않겠다, 전화기를 옆에 끼고 살겠다, ...."
싹싹 빌면 이번에도 그냥저냥 넘어가겠지만
본인의 불편함을 잘 참아내지 못하는 남편의 '만사편의주의' 성격에 순간 짜증이 났다.
평상시엔 그리 술술 나오던 '미안하다'라는 말이 쏘옥 들어가고 대신
"그러시라, 전화기를 반쪽을 내시든, 전화를 끊으시든 맘대로 하시라" 그랬다.
그러겠다며 더 화가 나서 전화를 끊는 남편.
이사하고 한 달 내내 징징거리는 베키를 혼내가며 이런 저런 일로 전화기를 붙들고 살아야했던 나로서는
전화 받기도 하기도 싫은 상태였는데 잘 됐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화기가 없으면 그 만큼 할 일도 줄어들겠지.
집전화도 없앴는데 핸드폰까지 없으면 난 완전 자유의 몸이 되는거다. 와~~ 시난다!
조금 있다가 또 전화가 걸려왔다.
새로 전화기 산 지 얼마 안 돼서 위약금이 370불이란다.
오기가 생겼나, "그렇게 원하시는 일이라면 그 돈 내고 끊으시라" 했다.
'갈 데까지 가는 구나.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어제 저녁에 오늘 아침 말씀 보고, 아침에 일어나 큐티하고,
불과 두시간 전에도 말씀 펴놓고 한참을 묵상했는데...'
그런 생각도 잠시.... 이제 와서 구질구질 잘못했다 말하기는 더 싫으니....
내가 전화기가 없으면 본인이 더 불편하실텐데.
한번 그 불편함을 겪어보시지 하는 마음에 벌써부터 깨소금 맛이 꼬소하게 느껴지고....
................................
두어 시간 지났나보다.
조금의 불편함을 못 참는 남편이나 그런 남편을 못 참아내는 나나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못 받아 미안하다"는 말을 끝까지 인내하고 내뱉지 않아 나에게 돌아올 이득이 뭘까 생각해봤다.
내가 그렇게 버틴다고 남편이 변하여 모든 불편을 감수해내는 성인군자가 될 것인가?
설령, 남편이 나에게 '별일 아닌 것 가지고 화내서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한다해도
그게 이기는 건가? 그 승리의 깃발은 어디에 꽂을 것인가?
남편은 남편대로 잘못은 본인이 해 놓고 뻔뻔하게 대드는 이 못된 아내를 하나님께 송사하고 있진 않을까?
남편 삶에, 거기서 그치면 좋으련만 아이들 삶에까지 (기분이 좋지 않으니 괜히 아이들에게 목소리가 커졌음)
송사 건수만 올려준 셈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전화기가 울린다. 남편이다.
거라쥐 오프너가 없는 남편, 차고 문 열어달랜다.
전화 끊지 않아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그랬다.
위약금이 너무 비싸서 못 끊었다며 살짝 웃는 남편.
그래, 난 역시 행복한 아내이다.
그게 내 본연의 자세임을 오늘 한번 더 확인하고 잠자리에 든다.
댓글목록

조주희님의 댓글
조주희 작성일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으네 자꾸 웃음이 ㅋㅋㅋ
승리하셨네요.
할렐루야!!!

이선희님의 댓글
이선희 작성일
"그 승리의 깃발은 어디에 꽂을 것인가?"
ㅎㅎㅎ 제대로 꽂혔어요.
마음에 잘 담아두려구요 ^ ^